1. 의사의 면담 요청
중환자실에 10일가량 의식 없이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입원해있는 아빠의 담당 의사가 면담을 요청했다.
현재까지 진행상황에 대해 CT사진을 보며 상세히 설명해주신다고 했다.
기쁜 소식이었다면 바로 말씀해주셨을 것 같았는데, 이번 면담은 다른 분위기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면담 전 가족들에게 우리가 의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을 고민했다.
'의식이 없는 아빠에게 희망이 있을지?'
2. 사전연명거부 신청 결정
가족이 모두 모여 사전연명거부 신청을 논의했다.
현재는 자가 호흡을 하고 있지만, 가장 최악의 상황은 인공호흡기로 누워있는 아빠의 모습이다.
이 모습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모두에게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나 뿐만 아니라 각자 자신만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사전연명거부를 긴 고민 끝에 모두 합의했다.
3. 의사의 면담과 사전연명거부 신청
CT에 보이는 아빠의 뇌가 절반이 시컴했다.
사진은 흑백으로 보이는 것이었는데, 절반이 검정이라니....
"뇌 절반이 멈춘 상태면 아빠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누어있는 상태로 의식이 없는 것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을 직접 듣고 나서, 의사 선생님에게 사전연명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중환자실 병동에 올라가서 간호사분이 사전연명거부신청서를 보여주셨다.
직계 가족 모두 서명을 마쳤다.
병원 밖을 나서니 봄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벚꽃들과 따스한 바람이 나를 휘감았다.